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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학
[논문]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고찰 1
이상원(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기사입력: 2018/11/21 [10:20]  최종편집: 리폼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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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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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이상원 박사가 「신학지남」에 기고한 글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약한 인공지능의 기능과 한계, 강한 인공지능에 대하여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I. 들어가는 말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인간이 지성의 능력을 통하여 세계에 관하여 어느 정도까지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흥미를 느끼고 15년 동안 당대의 모든 학문분과들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철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결과 칸트는 인과론을 수단으로 하는 순수이성을 통하여 물질의 세계에 대하여 아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만일 물질의 세계가 존재의 전부라면 인간은 인과의 원리에 운명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기계나 짐승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칸트는 인간에게는 실천이성비판을 통하여 인간은 인과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결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함으로써 인간이 기계나 짐승과는 차별화되는 도덕적 존재라는 인간관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화두로 등장한 오늘날 300년 전 칸트가 직면했던 위기가 재현되고 있다. 2016년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4:1로 승리하자 인간의 과학적 연구의 산물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섬뜩한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인공지능은 1955년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신경학자들인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와 허버트 시몬(Herbert Simon)과 함께 컴퓨터에 인간의 지적활동을 가르치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이 용어가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에 미국 다트머스(Dartmouth)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였다.

인공지능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지성이 지닌 연산 혹은 논리적 추론의 능력과 비슷한 능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된 컴퓨터 시스템을 뜻한다.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weak AI)과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으로 나눈다.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한 정보에 따라서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가리킨다. 약한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화되어 있는 기술로서 인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다양한 일들을 인간대신 수행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의 신체가 지닌 물리적인 능력을 능가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이번에는 컴퓨터가 논리적 추론의 능력과 연산의 능력에서 인간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이 사실은 약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이 지닌 능력 전체를 능가했다는 뜻인가?

인간의 정신은 논리적 추론과 연산능력으로만 구성되었는가, 아니면 그 이외의 다른 요소들로도 구성되었는가? 인간의 정신이 단지 논리적 추론이나 연산능력만이 아니라면 인간의 다른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 다른 요소들은 약한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약한 인공지능의 능력은 인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는가? 인간은 약한 인공지능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개혁신학에서는 인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음을 강조하는 개혁주의 인간론이 약한 인공지능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강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이 논리적 추론과 연산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이 지닌 기타 정신적인 능력들까지도 모두 갖추거나 인간이 가진 능력들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한 상태를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인공지능이 자의식 그리고 자유의지를 가진 명실 공히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뜻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현실화된 기술이 아니라 사변과학과 공상과학작품에 등장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신체적인 측면에서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인간이다. 기계인간은 인류에게 두 방향의 미래를 제시한다. 하나는 반이상향(dystopia)이다. 기계인간은 인간을 월등히 능가하는 능력으로 인간과 인류문명을 파괴하고, 인류보다 더 고도화된 기계인간들의 세계를 건설하며, 인간을 노예로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반이상향이다. 다른 하나는 이상향(utopia)이다. 기계인간은 인간의 능력을 월등히 능가하는 능력으로서 인류문명을 한 단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강한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문명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으며, 진정한 이상적인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기계의 힘을 이용하여 영생과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결국 강한 인공지능은 고도화되고 정밀화된 인간의 능력인 바, 인간의 능력에 의지하여 영생에 이르고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며, 이런 개념들이 성경이 말하는 영생의 개념과 천국의 개념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필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하여 이 글을 작성하였다. 필자는 본론 전반부에서는 약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본론 후반부에서는 강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본론 전반부에서는 먼저 약한 인공지능의 발전과정을 역사적으로 간략히 개관한 다음에 약한 인공지능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구현되어 있는가를 소개하고, 약한 인공지능이 지닌 한계가 무엇인가를 드러낸 다음에 개혁주의적 윤리학과 인간론의 관점에서 비평할 것이다. 필자는 약한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화된다 하더라도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짝퉁”으로서, 인간의 영혼이 지닌 한 단면을 모방할 수는 있으나 인간의 영혼 그 자체와 영혼이 지닌 다양한 기능들을 전인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지닌 매우 강력한 능력은 인류에게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지만 인류에게 해악을 끼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이전 보다 한층 더 강화된 윤리적 책임의식과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서의 자의식을 통하여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고 또한 통제되어야 함을 밝히게 될 것이다.

본론 후반부에서는 강한 인공지능의 발전과정을 역사적으로 간략히 개관한 다음에 사변과학과 공상과학작품의 중요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분석하게 된다. 이어서 사변과학과 공상과학작품들 가운데 중요한 몇 개를 선정하여 제시한 다음에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 안에서 비판할 것이다. 필자는 인간의 고도화된 기술에 의존하여 영생과 천국에 이르려는 시도는 현실 속에서 실현이 불가능한 일종의 유토피아적 기술신학(utopian techno-theology)에 지나지 않으며, 참된 영생과 천국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능력을 통해서만 실현이 가능함을 밝히게 될 것이다.

마지막 결론에서는 본론의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인공지능을 대하는 기독교인들의 자세가 여하해야 함을 정리하여 제시하게 될 것이다.

II. 약한 인공지능의 기능과 한계

a. 약한 인공지능 약사(略史)

컴퓨터 프로그램. 최초의 컴퓨터는 1940년 대포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1950년대 초 알란 튜링(Alan Turing)은 단순한 계산 기능을 하는 컴퓨터를 다양한 작업을 하는 보편연산기계로 발전시켰다. 튜링의 시도는 튜링테스트로 나타났다. 튜링테스트는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컴퓨터와 대화를 하고 나서 사람인지 컴퓨터인지를 알아내는 게임이다. 뒤이어 수학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인 스튜던트(Student)가 개발되었다. 1997년에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i Kasparov)가 아이비엠(IBM)의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와 벌인 대결에서 2승3무1패로 패배하여 인공지능의 연산능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카스파로프는 2003년에 슈퍼컴퓨터 딥 쥬니어(Deep Junior)와 대결하여 3승3패의 전적을 올렸고, 컴퓨터 체스 플레이어인 엑스3디 프리츠(X3D)와의 대결에서 1승2무1패를 거두었다. 2006년 블라디미르(Vladimir)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딥 프리츠(Deep Fritz)와의 대결에서 4무2패로 참패했다. 2011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 왓슨(Watson)이 전설적인 퀴즈 챔피언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마침내 구글의 딥 마인드(Deep Mind)는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인 딥 러닝(Deep Learning)방법을 이용하여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간들과 바둑대결을 벌였다. 딥 마인드는 2015년 유럽 바둑 챔피언인 단 후이(Dan Hui) 2단과의 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둔 다음에 이세돌9단과의 대결에서 4승1패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공지능의 연산능력이 인간을 능가함을 증명했다.

로봇. 인공지능의 발전과정은 로봇(Robot)의 발전과정과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을 담지하고 있는 기계장치에 이동성과 운동성을 접목시켜서 인간이 다가갈 수 없는 취약한 환경에서 인간의 수고와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제작한 기계들이 로봇이기 때문이다. 로봇은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체코의 극작가 카렐 카펙(Karel Capek)의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Rossum’s Universal Robot (1920)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러나 초보적인 형태의 로봇은 그 이전에도 이미 등장한 일이 있다. 17세기 일본에서 차를 대접하는 인형이 등장했고, 18세기 유럽에서는 날개를 퍼덕이고 음식을 먹고 배변하는 흉내도 내는 오리인형이 등장했고, 피아노를 치는 연주인형도 등장했는데, 이것들이 모두 원시적인 형태의 로봇들이었다.

1950년대에는 의료의 영역에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들이 등장했다. 척수연결장치, 뇌에 부착한 전기장치, 파킨슨씨병에 걸린 환자들의 뇌기능과 신체작동기능을 조절하는 장치, 인공고관절, 인공지능과 자연지능을 통합하는 방편으로 몸 안에 심는 칩(chip) 등이 등장했다. 1971년에 스탠포드 인공지능연구소는 카메라눈으로 칸막이가 있는 방들을 식별하고 방안 곳곳의 장애물들을 피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로봇 쉐키(Shakey)를 제작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엽에 이르러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활동을 보조하는 로봇들이 제작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산업계에서는 수직다관절 로봇, 방사능에 노출된 관 내부를 청소하는 로봇, 제철소의 뜨거운 쇳물 양조절에 사용하는 센서를 꽃는 로봇, 제철소 굴뚝을 청소하고 뜨거운 쇳물찌꺼기를 걷어내는 로봇, 양털을 깎는 농업용 로봇, 닭뼈를 발라낼 수 있는 로봇, 달팽이를 쫓아내는 로봇, 양어장이나 작은 호수에서 어패류를 노리는 새를 쫓아내는 물총 로봇, 건설현장에서 바닥을 연마하는 로봇, 벽에 구멍을 뚫는 로봇, 용접로봇, 지능형 교통 시스템, 주행지원 시스템, 무인트럭 시스템 등이 등장했다. 가정에서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복지형 로봇, 인체결합보조다리 할(HAL), 근력보조수트, 맹인용 길안내 로봇 멜독(Meldog),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을 안아서 전동 휠체어로 옮겨 주는 간병형 로봇 리바(RIBA), 식사 로봇 마이 스푼(My Spoon) 등이 등장했다. 생명과학과 의료분야에서는 암진단용 로봇 왓슨(Watson), 약을 처방하는 로봇, 진단용 로봇,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자동기계, 원격 수술 로봇, 재활 로봇, 마이크로 로봇, 로봇 간호사 페넬로프(Penelope) 등이 상용화되었다. 극한 상황에서의 작업을 위한 로봇으로는 원자력 시설 수리 점검을 위한 로봇, 해저 석유개발과 해저탐사를 위한 로봇, 화재현장에서의 소화 및 인명구조를 위한 로봇(9.11테러 사건때 활용됨), 화산탐사를 위한 로봇 단테2호, 우주공간에서의 작업을 위한 로봇 로보놋(Robonaut), 화성탐사를 위한 로봇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 서저너(Sojourner), 스피릿(Spirit), 큐리오시디(Curiosity) 등이 등장했다. 군사용 로봇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을 이룩했다. 세계 어느 곳이라도 96시간 이내에 군사 로봇을 보내 2시간 이내에 100킬로미터 이상의 지역을 확보하여 전투기반을 갖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미래전투체계(FCS, Future Combat System), 무인차량 내브랩(Navlab), 6개의 바퀴가 달린 전투차량 뮬레(MULE, Mutifunction Utility Logistics and Equipment), 무인전차 에알브이(ARV, Armed Robotic Vehecle), 정찰로봇 팩봇(Packbot), 4개의 다리를 가지고 동물처럼 이동하는 빅독(Bigdog), 황소만한 크기에 4족 보행을 하며, 180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35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알파독(Alphadog) 등이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으로 알려진 페퍼(Pepper)와 스스로 균형을 잡고 물건을 추적하고, 눈길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로봇도 등장했다.

b. 약한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

약한 인공지능의 발전과정을 검토해 보면 인공지능의 기능은 물리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논리적 추론과 연산의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앞질렀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약한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기능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인간의 정신이 지니고 있는 기능들 가운데 매우 중요한 기능들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의지적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규범적으로 인간의 의지적 통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그러면 약한 인공지능들은 어떤 다양한 기능들을 지니고 있으며, 이 기능들이 드러내는 한계는 무엇인가?

기억의 문제.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가장 결정적인 영역은 기억의 영역이다.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인류의 기억과 망각에 관한 기본 구조가 역전되었다. 인류에게는 망각이 기본이고 기억이 예외이지만 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기억이 기본이고 망각이 예외가 되었다. 사람의 기억은 결함투성이지만 기계의 기억은 완벽하다. 언뜻 보면 기계의 기억이 완벽하다는 것이 놀라운 능력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 그 사실은 자폐증과 트라우마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자폐증은 완고하고 융통성없는 정보처리방식으로서 기계처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인격적인 결함이 되는 과잉기억증후군이다. 트라우마는 극도로 공포스러운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현상이다.

완벽한 기억을 가진 기계와는 달리 인간의 기억은 단순한 숫자 몇 개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지만, 이와 같은 부실함이 오히려 강점이 된다. 첫째로,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것 위주로 기억하며, 맥락도 함께 기억하지만 나머지는 깨끗이 지워 버린다. 인간이 많은 정보들 가운데서 핵심적인 것은 기억하고 디테일은 잊어버린다는 것은 인간이 자유 안에서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선택에는 필히 가치판단이 뒤따른다. 그러나 기계는 들어오는 정보를 지워버리는 능력이 없다.

둘째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는 수만 번 복제되어도 0과 1사이의 전자신호로 된 불변하는 정체적인 정보로서 생명력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활동은 생물체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신경신호로서 살아 있는 사고 작용이며, 기억할 때마다 다르고 부정확하다. 인간의 기억은 창의적이고, 성찰적이고 공감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컴퓨터에는 이런 능력이 없다. 따라서 인간의 기억행위는 인터넷과 전자두뇌에 의하여 대체될 수가 없다.

지식의 습득과 대학. 현대사회에서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지고 기존 교육기관들이 피교육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디지털 환경을 이용한 온라인교육기관들이 등장했다. 2006년 새먼 칸(Salmon Khan, MIT)이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2016년에는 앤드류 웅(Andrew Ng, Stanford University)교수가 코세라(Coursera)를 개설했다. 또한 2012년 브리태니커는 더 이상 종이사전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전문가가 아닌 익명의 다중에 의하여 자유롭게 편집되고 수정되는 디지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로 전환했다.

그러나 온라인교육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출석의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으로 작용하여 참여율과 몰입도가 저조하고(등록자의 4%만이 끝까지 강의를 들음), 중도 포기율이 높고, 학습의무감이나 시험성적이 저조하게 나타났다. 이 사실은 온라인교육은 주 학습의 보조수단으로밖에는 사용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교육은 단지 정보의 전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영혼을 포함하는 교육자의 전인과 피교육자의 전인과의 만남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데, 온라인 교육에서는 이와 같은 전인적인 교감을 할 수가 없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이 종합전적에서 이세돌이 패함으로써 인간이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에 뒤쳐진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나, 사실 이 대국은 인간의 학습능력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한 대국이었다. 알파고는 1,200대의 컴퓨터를 이용했기 때문에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 반면에 이세돌은 하루 20와트의 극히 작은 양의 전기만을 소비했다. 알파고는 수십만판의 인간과의 가상대결을 해 본 후에 대국에 임한 반면에 이세돌은 세 번 대결한 후에 알파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의 학습능력은 명품이고, 알파고의 학습능력은 인간의 학습능력의 짝퉁이다. 자동번역. 자동번역은 2차 대전 기간에 나치 독일의 암호체계를 해독하는 경험이 1950년대 미국의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이전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다. 1954년에 조지타운대학(Georgetown University)과 아이비엠이 러-영 기계번역기, 1960년에 소련과 미국에서 과학기술문서 해독을 위한 기계번역기가 등장했다. 1988년에는 아이비엠이 구문론적이고 의미론적인 연구방식이 아닌 두 언어의 통계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번역하는 기계가 고안되어 기계번역의 질을 향상시켰다. 2014년에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심화신경망 알고리즘(deep neural network)을 이용한 영어-스페인어 번역기가 등장했다.

현재는 법률, 특허, 군수, 국방의 특수문서는 기계번역을 이용하여 번역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번역은 발화자(發話者)의 의도와 배경을 알아야 하고, 이를 알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정보 이외에 전인적인 교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계번역은 이 작업을 할 수 없다. 이 분야에서 인간에게는 쉬운 일이 기계에게는 어렵고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 기계에게는 쉽다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확인된다. 온라인검색을 통하여 찾아낸 뜻풀이들과 다른 보기들 중에서 무엇을 가져 와야 하며, 기계가 번역한 문장이 제대로 된 표현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인간의 언어는 부정확하고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점이 약점이자 강점이다.

단어마다 그 뜻과 대상이 고정되어 있으면 수십억 개의 고유단어가 필요하게 되고 사실상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다. 인간은 모호성과 부정확성을 탄력있게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쉽게 교감하면서 소통하는데 능숙하다. 기계번역이 발달할수록 인간고유의 사고력과 통찰력이 중요해진다.

무인 자동차. 달, 화성, 금성 등의 지표면을 탐사하기 위하여 개발된 자율주행기술 및 장치가 지구인들을 위한 기술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무인 자동자가 등장했다. 무인 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주행정보와 차량외부의 다양한 정보들을 신속하게 분석하여 최종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 기술로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자동차 속도조절장치인 크루즈콘트론, 자동주차시스템, 차선이탈경보 시스템, 추돌방지와 보행자감지자동정지기능 등이 무인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능들이다. 2004년 무인 자동차 대회인 다르파(Darpa)에서는 두 대는 멈추고, 한 대는 전복되고, 4대가 3시간 이상 달렸고, 2005년에는 23대가 11.78킬로미터를 돌파했고, 다섯 대가 240킬로미터를 완주했는데, 2012년 네바다에서 열린 대회에서 구글의 AU001이 160만 킬로미터를 완주했다.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수가 현재의 10%수준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용하락, 교통체증감소, 환경오염감소, 노인이나 장애자의 자동차이용 등과 같은 선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무인 자동차는 첫째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해킹에 의하여 해커에게 차량통제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둘째로, 운전 중에 때로는 중앙선을 넘거나 제한속도를 초과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있는데, 이 경우 인간 운전자는 원칙에 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나, 무인 자동차는 대응이 어려우며, 이는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셋째로, 무인 자동차의 경우에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가능한 돌발 상황의 경우를 모두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안전운행이 가능하다. 이 문제는 터널문제 사고실험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입력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이 작업은 무한한 도덕적 책임성을 요구한다.

예컨대 무인 자동차가 터널에 진입하기 전에 도로 위에 아이가 넘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터널문제 사고실험). 무인 자동차는 아이를 치고 터널 안으로 진입할 것인가, 아니면 터널입구 암벽에 부딪혀 자신은 죽고 아이를 살려야 하느냐? 인간은 이와 같은 경우에 무인 자동차가 도덕적인 판단을 하도록 최적의 충돌 알고리즘(crash optimization algorithm)을 만들어서 입력해 주어야 한다.

일자리와 여가.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들에 의하여 전통적으로 인간들이 행해 오던 일자리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여가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GPS의 개발로 항법사들이 실업자가 되었고, 워드 스미스와 같은 기사로봇은 인간기자를 대신하고 있고, 약 처방 로봇은 약사들을 대체해 가고 있으며, 법률관련업무들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이 등장함으로써 서비스업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동화가 된다 하더라도 기계의 마지막 관리는 소수이지만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제작과 유지보수에 관련된 일자리들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고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들은 계속 존재한다. 감정이 중시되는 영화감독이나 작가, 자동화가 불필요한 운동경기선수들, 의사나 간호사 등은 여전히 인간이 맡아야 할 직업으로 유지될 것이다.

힘든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체함으로써 계량적인 의미에서 여가시간은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실질적인 여가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원격근무나 이메일을 이용한 근무 등으로 시간이 늘어나긴 하지만 업무와 휴식을 구분해 주던 구획이 사라지고 여가와 근무시간이 사라지기도 하고, 늘어난 여가시간에 SNS, 게임, 스마트 폰에 시간을 빼앗긴 나머지 오히려 일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진다. 따라서 자율적인 시간관리 노력이 더 요구된다.

감정인식. 약한 인공지능의 가장 큰 과제는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인간과 감정적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인식 로봇을 만들려는 노력은 2015년에 일본에서 제작된 페퍼(Pepper)로 나타났다. 같은 해 상담창구와 안내 창구에서 사람을 대신할 인간형 로봇 에리카(23세의 아름다운 여성)가 등장했고, 간호용 로봇인 로베아르(Robear)도 개발되었다. 로베아르와 같은 간호용 로봇은 독거노인의 거동을 돕는 반려로봇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의 비해비어 매트릭스(Behaviour Matrix)는 스마트뷰360(Smartview 360)을 개발했는데, 이 로봇은 300만건이 넘는 자료에서 감정을 추출하고 혈압, 맥박, 혈중산소포화도의 변화를 감지하고 학습한다.

로봇이 인간과 감정적인 교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에 대하여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로봇의 감정표현이 아무리 사람과 유사해도 로봇이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로봇의 내부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생길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로봇은 감정을 지닌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감정연기로봇일 뿐이다.

로봇이 인간과 감정적인 교감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몸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롬 케간(Jerome Kegan)은 감정을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1) 자극에 대하여 뇌의 행동이 변함. 2) 감각적인 감정의 변화. 3) 감정에 대한 평가. 4) 운동반응의 준비. 컴퓨터는 1), 3), 4)의 반응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분노, 즐거움, 슬픔, 혐오 등을 인식하고 귀를 쫑긋 세우거나, 웃거나, 소리지르거나, 응시하거나, 미소를 짓는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2)의 반응은 보일 수 없다. 왜냐하면 감각적인 감정의 변화는 유기적인 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기적인 몸이 있어야 급격한 심장박동, 홍조를 띠는 것, 걱정으로 무릎이 약해져서 쓰러지는 것, 긴장이 풀리는 것 등은 감정의 변화에 뒤따르는 현상들인데, 로봇은 이런 반응을 할 수 없다. 로봇은 다음의 움직임을 구상하는 컴퓨터 집단으로서 어떤 실마리는 인식하거나 계산하고 그 결과로서 반응을 보일 수는 있으나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는데, 왜냐하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유기적인 몸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체 할 뿐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약한 인공지능의 기능과 그 한계에 관한 논의가 분명히 보여주는 사실은 약한 인공지능은 논리적 추론과 연산의 영역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고, 이 영역에 한정하여 인간의 지능의 능력을 능가할 수도 있으나, 결코 몸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의 전인을 모방할 수도 없고 또한 능가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약한 인공지능에게는 인간에게 있는 자유로운 의지와 감정이 없다. 또한 상기한 논의는 약한 인공지능의 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간의 자유로운 결단을 통한 통제의 책임이 무거워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약한 인공지능이 지닌 인간을 능가하는 힘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c. 신학적 인간론의 관점에서의 비평

약한 인공지능은 논리적 추론과 연산의 능력에 있어서 인간을 능가하는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능력에 있어서도 효율성과 유연성에 있어서 인간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의지의 요소는 전혀 모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미 그 한계를 가진다. 그런데 성경이 제시하는 신학적 인간관의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지닌 한계는 한층 더 뚜렷해지며 그 편협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첫째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인 반면에 인공지능은 피조물인 인간이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인 인간 안에는 하나님의 형상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창1:27) 극히 정교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지성, 감성, 의지, 양심으로 구성된 불멸하는 영혼과 생물학적으로 극히 정교하고 경이로운 몸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에 인공지능은 단순한 논리적 추론과 연산능력을 지닌 모방지능 하나만을 지닌 전기회로일 뿐이다.

둘째로,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과 차별화된다.

셋째로, 인간의 영혼은 그 깊이에 있어서 단지 의식으로 감지될 수 있는 지능을 포함한 지성, 감정, 의지, 자유로운 선택의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으로 감지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차원에까지 깊이 뻗어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지능만을 모방한 인공지능의 피상성을 보다 강하게 드러낸다. 지그문트 프로이드(Zigmund Freud)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인간의 정신은 의식의 세계가 전부라고 보았는데, 의식의 세계는 이성 곧 지능의 세계였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정신병자의 횡설수설, 꿈, 어린이의 언어학습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한 결과 인간의 정신은 사과의 윗껍질 혹은 빙산의 드러난 일각과 같은 의식이라는 표피 밑에 사과본체 혹은 빙산의 바닷물에 잠긴 부분과도 같은 무의식 혹은 잠재의식의 깊은 심연에까지 닿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런데 바울은 인간의 구조를 겉사람(의식의 세계에 상응)과 속사람(무의식의 세계에 상응)으로 파악함으로써 프로이드 보다 2000년 앞서서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후4:16).

넷째로, 인간의 영혼은 영혼 혼자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 세계에서는 유기체인 몸과 긴밀한 연관관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리콘과 전자회로 안에 담겨 있는 인간모방 지능과는 비교될 수조차 없을 만큼 풍요로움을 더욱 드러낸다. 신체와 영혼은 각기 독특한 두 개의 실체이지만 유기적 연합 가운데 있으며 함께 전인을 구성한다. 영혼이 하나님의 형상일 뿐만 아니라 몸도 하나님의 형상이다. 몸은 영혼과 연합하여 영혼의 자기표현의 기구로 봉사한다.

이상과 같은 신학적 인간론은 복잡하고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주체를 코드화할 수 있고 재구성될 수 있는 패턴(pattern)들의 집합체 정도로 환원시키는 환원주의적인 인간학을 배격한다.(계속)

요약정리: 김순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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