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민, 생명윤리에 대한 칼빈주의적 접근(2)

김순정 | 기사입력 2019/12/07 [18:31]

박일민, 생명윤리에 대한 칼빈주의적 접근(2)

김순정 | 입력 : 2019/12/07 [18:31]

 

▲     ©리폼드뉴스

 

(박일민 박사는 총신대학교와 칼빈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조직신학을 교수해온 분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생명윤리에 대하여 칼빈주의적이고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3. 뇌사의 판정기준

뇌사를 판정하는 기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판정은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사의 판정기준을 설정하는 데는 매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하바드 의과대학 특별위원회가 뇌사의 판정기준으로 제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하바드 특별위원회의 기준

무수용과 무반응, 무동작 또는 무호흡, 무반사, 뇌파기록이 10분 이상 평평하게 나타나고 변화가 없는 상태, 이상의 시험을 24시간 후 되풀이 하여 실시하고 동일한 결과를 얻을 때, 저온증이나 이상 체온 강하상태, 그리고 중추신경 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이러한 하바드 특별위원회의 뇌사판정기준은 전통적 죽음의 판정기준을 대치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보완하려는 자세를 가진 것으로 매우 신중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가능하면 뇌사 판정을 제한시켜 남용을 피하고 실수를 예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1990년 세계 기독 의사회가 뇌사를 신중히 인정할 것을 결의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편 대한 의학협회는 하바드 특별위원회의 기준 이외에 뇌사 판정의 선행조건과 적용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2) 대한의학협회의 뇌사판정 선행조건과 적용원칙

①선행조건

가. 치료가 가능한 외인성 또는 내인성 중독의 증거, 즉 약물 중독, 간성혼수, 저혈성뇌증 같은 증거가 없어야 한다.

나. 저온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다. 치료의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 뇌병변의 원인요소가 있어야 한다.

 

②뇌사 기준 적용원칙

가. 치료 가능한 모든 방법이 다 실패했을 때 뇌사판정을 위한 검사를 해야 한다.

나. 뇌사기준 적용검사는 뇌기능의 정지를 결정하는데 필수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다. 뇌사기준 적용검사를 하는 중에 불분명한 점이 있을 경우에는 뇌사의 확증을 제시할 다른 객관적 검사를 시행하여 보완해야 한다.

라. 뇌사기준의 적용은 2인 이상의 의사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

 

4. 뇌사와 식물인간

일부에서는 뇌사와 식물인간의 상태를 동일하게 여기자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뇌사와 식물인간의 상태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뇌사는 뇌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말하나 식물인간의 상태는 대뇌의 기능에 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뇌간의 기능은 살아 있어 뇌간에서 관장하는 호흡, 대사, 체온조절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인위적인 수단의 도움이 없이도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의 상태는 깨어 있기는 하지만 의식이 없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 눈을 뜨고는 있지만 눈동자가 대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 외부 자극에 대한 적절한 신체반응도 없다. 아무 목적이 없이 손발을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양이 적절하게 공급되면 이런 상태는 수개월 또는 수 십년까지 유지된다. 또 가장 중요하나 사실은 뇌사의 경우와는 달리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식물인간의 상태는 결코 장기이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III. 뇌사인정에 대한 찬반양론의 근거

 

1. 찬성론

(1) 인간 생명의 본질은 뇌의 활동에 있다.

(2) 인공 소생술의 한계

(3) 장기이식의 필요성

(4) 가족의 경제적 부담 해소

 

2. 반대론

(1) 뇌사판정 오류의 가능성

(2) 장기이식을 위한 수단화

(3) 경제논리에의 예속 및 장기매매의 부작용

(4) 법률적 불안정

(5) 사회적 합의의 부재

 

IV. 뇌사에 대한 칼빈주의적 접근

 

1. 뇌사인정에 대한 교회의 최근 분위기

1988년 한 민간연구소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뇌사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불과 47%만 찬성했다. 그러나 1992년 한국 갤럽의 조사에서는 81%가 찬성했다. 이는 우리사회의 뇌사인정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는 교회 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뇌사인정이 한참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던 1997년 5월 기독신보사는 전국 목회자 70명과 평신도 70명을 대상으로 뇌사에 대해 전화와 설문지 배포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었다. 이 조사 결과에서는 만일 뇌사를 인정하게 되면 사회윤리적 문제들이 보다 심각하게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나왔다. 그 이유는 의사의 뇌사판정을 믿을 수 없다(23.6%)는 것과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영역을 의시가 침해하기 때문이다(35.7%)는 것이었다. 그러나 뇌사인정에 대한 거부감과는 달리 자신이 뇌사상태에 이르게 되면 자기 장기의 적출을 허용하겠는가에 대해서는 62.9%가 찬성하는 답을 하여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최근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내과 전문의 장모씨가 적극적인 장기기증 운동을 벌인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는 그가 교회의 장로였다는 내용과 함께 장기 기증은 최고의 이웃 사랑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국가나 교회가 이 운동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또 한 교계의 신문은 1면 첫 머리에 사랑의 교회가 전교회적으로 장기기증 서약운동을 펼친 결과 총 2, 668명이 뇌사시 장기기증 서약을 함으로서 과거 1,032명의 기록을 깨고 신기록으로 남게 되었고 이런 운동은 교회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는 보도를 했고 또 다른 신문은 교계에서 이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천주교회의 경우는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으나 죽음의 기준은 신학과 철학의 영역이 아니라 의학의 영역이라는 교황 바오로 12세의 말을 유력한 기준으로 삼아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려는 의사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인상을 준다. 최근의 추세가 이러하기에 뇌사인정에 대한 칼빈주의적 입자에서 점검이 한번쯤은 필요하다고 본다. 칼빈주의적 입장에서는 뇌사인정에 대해 신중한 접근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앞에서 밝힌 뇌사인정 반대론의 논거들 외에도 성경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뇌사에 대한 칼빈주의적 접근을 하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성경적 해석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죽음의 개념에 대한 정립

우리는 앞에서 죽음에 대한 일반적 개념들을 살펴보았다. 이 개념들에는 심폐사든, 세포사든, 뇌사든 간에 각각 그 기능의 불가역적 정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칼빈주의는 죽음을 어떤 기능이나 활동의 영구적 정지로 이해하지 않는다. 영구적 정지는 죽음으로 말미암는 결과적 현상의 하나에 불과한 것을 여길 따름이다. 칼빈주의는 죽음의 본질을 분리, 또는 단절로 본다. 이런 견해는 성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죽음에 대한 언급들은 세 가지 유형을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감(전 12:7)을 의미하는 육체적 죽음이다. 둘째는 생명과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과 원수 관계에 있는 죄와 어둠의 상태 즉 영적 생명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하는 영적 죽음이다. 이것은 모든 인류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죽음이다. 한 사람의 죄가 모든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기 때문이다(롬 5:17). 그러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은 이 죽음에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한다(엡 2:5; 5:14). 셋째는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설 수 있는 기회를 영구적으로 상실한 상태를 의미하는 둘째 사망 또는 영원한 죽음이다(계 2:11; 20:6). 이 죽음이 인격 자체의 파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죽음은 진정한 지식과 의로움과 거룩함을 완전히 상실할 뿐만 아니라 천국의 축복에서 배제되어 영원히 유황 불못에 던져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멸망, 영원한 형벌, 썩어짐, 부패함으로도 불려진다.

 

다시 말해 성경은 육체와 영혼의 분리, 또는 생명되신 하나님과의 영적 단절, 또는 영원한 축복에서부터의 영구적 단절을 죽음이라고 말씀한다. 그러므로 성경이 말씀하는 죽음의 본질적 요소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죽음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절, 분리에 있다. 칼빈주의는 이런 전제 아래서 육체적인 죽음을 이해하는 자세를 가진다. 그러므로 칼빈주의는 죽음을 특정기능의 영구적 정지로 보려는 견해에 찬동할 수가 없다. 죽음은 영혼과 육체의 분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사인정의 문제는 죽음의 정의문제가 아니라 영혼과 육체의 분리현상이 어느 시점에 일어나는가 하는 시간상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영혼의 성격 규명과 관계가 있으므로 본 장 결론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계속)

 

요약정리: 김순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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